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Ghost in the Shell) 후기

고민거리보다는, 볼거리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을 연출했던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며, 화려한 CG를 통해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주연 배우로 스칼렛 요한슨 (메이저 역)이 등장하여 화제를 모았고, 그외에 마이클 피트 (쿠제 역), 줄리엣 비노쉬 (오우레 박사 역), 요한 필립 애스백 (바토 역), 친 한 (토구사 역), 기타노 다케시 (아라마키 역) 등의 배우가 등장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공각기동대>의 역사는 오래됐다. 시로 마사무네는 1989년 <공각기동대>라는 만화를 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발표된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주었다. 우선 세계관을 공유하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여럿 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공각기동대>, <이노센스> 등의 애니메이션 영화와,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공각기동대 S.A.C. 2nd GIG> 등의 TV 애니메이션(OVA)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공각기동대>의 세계관은 워쇼스키 감독의 <매트릭스> 등 여러 SF 영화에 큰 영감을 주었다.





<공각기동대>의 소재는 원래 제목의 뜻에서 드러난다. 고스트 인 더 쉘(Ghost in the Shell), 즉 껍데기(Shell) 안의 고스트(Ghost)를 말한다. 풀어쓰자면, "기계(껍데기) 안에 영혼(고스트)이 깃들 수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작 작품은 심오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영혼과 기계에 대해 고찰한다. 이 철학적 고뇌에 대한 핵심은 주인공 메이저(소령)에게 있다. 메이저는 생물학적으로 뇌만 살아있으며, 나머지 신체는 모두 의체이다. 한마디로 사이보그 인간인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는 다른 진짜 '로봇'과 다르게 '인간의 뇌'가 있기에, 자의적인 판단을 하고 자신의 존재와 자아에 대해서 끊임없이 성찰한다.





영화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이러한 원작의 철학을 담고 있으나, 충분하지는 않다. 복잡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시각적 효과에 좀 더 투자하여 복잡함을 단순함으로 치환했다. 그래서 영화는 다소 아쉬운 점이 많다. 심오한 분위기 속에 가벼운 연출이 뒤섞이다 보니 지루한 듯 화려한 듯 애매하게 섞여버린 것이다. 마치 "광학위장술을 어떻게 실사화할 수 있을까?", "의체가 지배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이 장면은 어떻게 화려하게 표현할까?"같은 고민을 많이 신경 쓴 느낌이었다. 원작에 가까우려면 "인간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나답게 살아가려면?" 같은 고민이 더 나왔어야 했다.





그래도 영화가 신경 쓴 비주얼만큼은 훌륭했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의 메이저(쿠사나기 모토코), 요한 필립 애스백의 바토는 생각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본래 일본 만화이기에 할리우드의 백인 캐스팅에 대해 '화이트워싱' 문제를 제기하곤 하는데, <공각기동대>의 원래 콘셉트를 안다면 사실 무의미한 문제 제기이다. 애초에 신체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철학이 담긴 영화인데, 백인이 캐스팅되었다고 해서 문제 될 게 뭐가 있겠는가. 게다가 원작도 딱히 동양 캐릭터의 느낌도 아니었다. 이 영화가 비판을 받을 부분은 화이트워싱이 아니라 원작의 철학을 제대로 못 살렸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화려한 포장의 선물 세트보다는, 내실 있는 철학 책 한 권으로 만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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