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 (Blade Runner 2049) 후기

SF 영화의 마스터피스





영화 <블레이드 러너, 1982>의 후속편이 35년 만에 돌아왔다. <블레이드 러너>는 SF 영화의 전설이자 바이블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80년대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시각적 효과, 인간과 복제인간에 대한 철학과 고찰, 매력적인 사이버펑크 분위기 등 다양한 면에서 압도적인 놀라움을 선사했었다. 이런 영화의 후속작이 바로 <블레이드 러너 2049>이다. 원작 영화을 연출했던 '리들리 스콧'이 이번 영화의 기획을 맡았고, 연출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맡았다. 배우로는 라이언 고슬링 (K 역), 해리슨 포드 (릭 데커드 역), 아나 디 아르마스 (조이 역), 실비아 획스 (러브 역), 자레드 레토 (니안더 월레스 역), 데이브 바티스타 (사퍼 모튼 역), 로빈 라이트 (조시 역), 맥켄지 데이비스 (마리에트 역), 숀 영 (레이첼 역) 등이 등장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영화는 역시 감독의 역량이 제일 중요하다. 드니 빌뇌브가 이를 다시 증명했다. 이번 영화를 만들기 전에도 꽤나 훌륭한 필모그래피를 가졌던 감독이다.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 등 만드는 작품마다 꽤나 호평을 받았었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아니, 호평을 넘어서, SF 영화의 마스터피스로 부를만한 영화를 만들어버렸다. 이전에 연출했던 <컨택트>도 SF 영화였는데, 이 영화부터 그의 SF 연출 능력이 돋보였었다. 덕분에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대한 기대치도 꽤나 올린 상태로 관람했는데,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번 영화도 드니 빌뇌브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섬세한 연출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여기에 환상적인 비주얼과 웅장한 음악까지 더해져 완벽한 SF가 탄생했다.





이번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의 후속작이기에, 이전 작품의 내용을 알고 보는 것이 좋다.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블레이드 러너>의 시대적 배경은 2019년이며, 인간과 복제인간 '리플리컨트'가 공존하는 시대이다. 리플리컨트는 타이렐 회사가 만든 '제품'이자 노예였으며, 이들 중 문제를 일으키는 제품을 은퇴(retirement)시키는 것이 '블레이드 러너'의 임무였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그때로부터 30년이 지난 2049년이며, 과거보다 인간에게 더 순종적인 리플리컨트가 만들어진 시대이다.





이야기의 진행은 놀랍다. 긴 러닝타임과 함께 천천히 진행되는 듯하면서도, 이야기의 흐름 속에 많은 섬세함과 철학적 고뇌가 녹아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다만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이라면 지루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영화 곳곳에 있는 디테일과 메시지를 곱씹어 생각하며 보길 권한다.

주인공 K는 자신의 정체에 대해 많은 것을 고민하며 과거를 추적해나간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도 많은 생각과 고민에 잠기게 될 것이다. 인간과 복제인간과의 경계는 무엇인지, 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인지, 인간다운 행동은 무엇인지 등 많은 것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질문에 대해 영화가 답을 주지는 않는다. 관객은 그저 K를 지켜보며 자기 나름대로의 답을 낼 뿐 일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는 위와 같은 고민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해서도 논한다. 인간은 누군가와의 '관계'를 빼놓고 논하기 힘들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관계로부터 온다. 괜히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많은 관계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일 것이다. 그래서 <블레이드 러너>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사랑에 대해 고찰한다.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인간과 복제인간의 사랑(데커드-레이첼)[각주:1], 복제인간끼리의 사랑(로이-프리스)를 다뤘다. 이번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는 복제인간과 사이버인간과의 사랑(K-조이), 자식에 대한 사랑(데커드-아나)에 대해 다룬다. 이들의 사랑은 인간의 사랑과 정말 닮았다. 연인과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너무나도 인간스럽다. 결국 이런 러브 스토리는 인간과 복제인간과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게 만든다. 심지어 이번엔 그저 홀로그램 운영체제에 불과한 '조이'도 등장하면서 그 경계는 더 모호해진다. 신체가 없더라도 인간과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마치 영화 <그녀>에서 등장하는 운영체제처럼 말이다.





한편으로 K를 보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 그는 리플리컨트를 은퇴시키는 블레이드 러너였다. 아무 감정 없이 동족을 죽이는 '제품'에 불과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리플리컨트와 인간을 구분 짓는 경계는 명확했다. 

그런데 사건을 추적하면서 자신이 숨겨진 리플리컨트의 자식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추측과 함께 감정을 갖게 된다. 그 감정은 자신이 부모도 모른 채 그저 버려진 사실에 대한 '분노', 평생 죽음의 공포에 떨며 쫓겨 다니는 삶에 대한 '절망'이다. 이 감정 덕에 리플리컨트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사건을 진행하면서 그의 감정은 더욱 구체화된다. 즉 더 인간다워진 것이다.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과거와 부모를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여정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용서'와 '희망'이라는 감정을 배운다. 또한 조이와의 '사랑'도 더욱 깊어지고, 부모에 대한 '사랑'도 깊어진다.

하지만 그의 과거는 조작된 기억이었다. 이것으로 인해 다시 한 번 더 분노와 절망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사랑'이었다. 자신이 잠시나마 느꼈던 감정을 다른 복제인간도 느낄 수 있도록 내린 결단이었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죽음으로 끝날지라도 말이다. 이를 통해 그의 사랑은 개인의 사랑을 넘어서 공동체, 종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된다. 그의 선택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었다. 이 영화만으로 꺼낼 수 있는 주제가 너무나 다양하고 심오하니, 개인적인 생각은 여기까지.





이 영화는 연출과 각본뿐만 아니라 시·청각적인 효과도 훌륭하다. 환상적인 사이버펑크 분위기, 호버 크래프트·드론·홀로그램 등의 다양한 SF 소재, 여기에 많은 문화가 뒤엉킨 디스토피아 사회 등 볼거리가 상당하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는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의 역할이 크게 한몫했다. 로저 디킨스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 타임>, <007 스카이폴> 등의 영화를 촬영했던 감독이다. 또한 <프리즈너스>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촬영하며 드니 빌뇌브 감독과 함께했었다. 

여기에 한스 짐머 음악감독의 OST까지 곁들여졌다. 워낙에 훌륭한 음악을 쏟아낸 감독이라 더 부연 설명할 것도 없다. 그의 사운드트랙에는 웅장함, 신비스러움, 긴장감, 스릴감 모든 것이 담겨있다. 협업이 너무나도 훌륭했다. 앞으로 이 감독들의 조합을 다시 보고 싶다. 특히 드니 빌뇌브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1. 엄밀히 말하자면, 복제인간끼리의 사랑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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