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터널 애니멀스 (Nocturnal Animals) 후기

소설을 통한 무언의 복수





영화 <싱글 맨>을 연출했던 톰 포드가 <녹터널 애니멀스>로 돌아왔다. 톰 포드의 본업은 패션 디자이너이며,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름을 널리 알린 사람이기도 하다. 90년대 파산 위기에 놓여 있던 구찌 브랜드를 부활시킨 스타 디자이너로 유명한데, 영화 연출에서도 재능을 보이며 다재다능을 입증하고 있다. 영화에서도 화려한 의상 디자인, 독특한 미장센으로 흡사 패션쇼를 보는 듯한 시각적 자극을 느낄 수 있다. 캐스팅으로 에이미 아담스 (수잔 모로우 역), 제이크 질렌할 (에드워드 셰필드 / 토니 역), 마이클 섀넌 (바비 안데스 역), 애런 존슨 (레이 마커스 역), 아일라 피셔 (로라 해스팅스 역), 엘리 뱀 (인디아 해스팅스 역) 등이 등장하며, 이들의 훌륭한 연기력을 감상할 수 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야행성 동물 [Nocturnal Animals]

'녹터널 애니멀스'는 '야행성 동물'이라는 뜻이며, 영화 속에서는 소설의 제목으로 등장한다. 이 소설은 에드워드가 수잔에게 바치는 소설이자, 에드워드와 수잔을 묘사하는 또 다른 세계이기도 하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이 소설을 통해 액자식 구성(액자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수잔 모로우 (현실)

수잔은 부유한 집안의 딸이자, 미술관의 아트디렉터이다. 돈과 명예, 잘생긴 남편까지 모든 것을 가졌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이는 <녹터널 애니멀스>의 오프닝을 통해 잘 드러난다. 이 오프닝은 상당히 파격적이고 충격적인데, 이를 통해 수잔의 삶을 '추하고 공허한 아름다움' 으로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톰 포드가 자신의 예술 감각을 과시한 게 아닌가 싶다.) 

수잔은 한 때 돈이나 명예보다 에드워드와의 순수한 사랑을 꿈꾸던 인물이었지만, 결국은 어머니와 같은 눈빛을 가진 인물이었다. 수잔은 잘생기고 부유한 허튼을 택하며 에드워드를 버렸고, 심지어 에드워드의 자식까지 낙태시키면서 잔인하게 떠난다.





에드워드 셰필드 (현실)

에드워드는 가난한 소설가이다. 에드워드의 현재 모습은 영화 속에서 등장하지는 않지만, 과거에는 소설가를 꿈꾸던 로맨틱한 청년이었다. 수잔을 순수하게 사랑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수잔은 에드워드의 꿈을 기다려 줄 인내심이 없었고, 결국 에드워드는 수잔에게 버림받게 된다. 또한 수잔이 허튼과 눈이 맞았다는 사실과 자신의 아이를 낙태시킨 사실까지 알게 된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나약했고, 그저 쓸쓸하고 처량하게 수잔의 곁을 떠날 뿐이었다.




토니 해스팅스 (소설)

토니는 아름다운 아내 '로라'와 사랑스러운 딸 '인디아'를 곁에 둔 가장이다. 화목한 가정이었지만, 가족과 함께 텍사스로 가는 도중 최악의 범죄에 휘말리고 만다. 사이코패스들에게 아내와 딸이 납치되어 살해됐지만, 토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인물이었다. 토니는 현실의 에드워드와 마찬가지로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하며, 이를 통해 토니가 에드워드의 분신임을 보여준다. 

토니는 에드워드와 비슷한 점이 많다. 토니가 아내와 딸이 살해당하며 느끼는 슬픔은, 에드워드가 수잔이 자신을 떠나며 아이를 낙태 시킨 슬픔과 같다. 토니가 살인자들을 피해 바위 속에 숨는 나약함은, 에드워드가 낙태시키는 수잔과 허튼을 보며 무기력하게 떠나보내는 나약함과 같다.





레이 마커스 (소설)

레이는 파괴적이고 잔인한 성격의 사이코패스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토니의 아내와 딸을 강간하고 살해한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소설 속의 허구 인물이지만, 레이가 토니에게 저지른 행동은 현실에서 수잔이 에드워드에게 저지른 행동과 같았다. 소설 속 토니의 아내 '로라'는 에드워드가 사랑했었던 '과거의 수잔'이었고, '레이'는 '현재의 수잔'이라고 보면 되겠다.





바비 안데스 (소설)

바비는 텍사스의 경찰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범죄자 레이, 루 등을 잡기 위해 노력하며, 토니를 도와주는 인물로 그려진다. 마지막엔 말기 암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버리고, 법과 절차를 버리면서까지 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토니는 나약함이 점점 사라지며 강인해진다. 바비는 에드워드의 또 다른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에드워드가 소설을 써서 수잔에게 주는 행동 자체가 그에게는 용기이자 복수였고, 나약함을 버린 행동이었다. 





결말

토니는 레이를 응징하고 자신은 자살을 선택한다. 토니가 총으로 레이를 죽인 것은 에드워드가 수잔에게 소설로 복수한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토니의 자살은 나약한 에드워드가 사라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 마지막엔 에드워드가 수잔과의 약속에 일부러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복수를 화려하게 완성시킨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전반적으로 잔잔하면서도 스릴 있는 심리 스릴러였다. 독특하고 화려한 미술, 아름다운 선율의 현악기 음악,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연기까지 모든 것이 잘 어우러졌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소설과 현실 속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두 세계 간의 밸런스와 강약 조절이 훌륭하지는 못했다. 또 미술적·시각적 요소로 시나리오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이 약간 과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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