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아이덴티티 (Split) 후기

나이트 샤말란의 화려한 컴백





<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 <싸인>, <빌리지>, <해프닝>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23 아이덴티티>로 복귀했다. 이번 영화도 샤말란 감독의 주특기인 '스릴러' 장르이며, 미스터리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화이다. 출연 배우로 제임스 맥어보이 (케빈 웬델 크럼 역), 안야 테일러 조이 (케이시 쿡 역), 베티 버클리 (카렌 플레처 박사), 헤일리 루 리차드슨 (클레어 브누아 역), 제시카 술라 (마르샤 역) 등이 캐스팅되어 훌륭한 연기를 선사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23 아이덴티티>의 원래 제목은 <스플릿 (Split)>이다. 스플릿이랑 '분열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며, 국내에서는 <23 아이덴티티>라는 제목으로 변경되었다. 한국 영화 <스플릿, 2016>이 있었다는 이유가 큰데, 제목이 겹치는 영화가 한두 개도 아니고 왜 멋대로 바꿨는지 이해가 안 된다. <23 아이덴티티>라는 제목은 제목에서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스포일러성 제목이다. 줄거리나 트레일러를 안 보고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는데, 어째서 이런 불친절하고 배려심 없는 제목을 달았는지 번역자의 자아를 한 번 살펴보고 싶다.





해리성 정체 장애

제목을 보면 알듯이, 이 영화는 23명의 아이덴티티(자아)로 분열된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의 본명은 케빈 웬델 크럼이며, 데니스, 패트리샤, 헤드윅, 배리, 오웰, 제이드 등 23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비스트'가 등장하여 24번째 자아가 형성된다. 케빈 웬델 크럼이 가진 병은 해리성 정체 장애(DID)[각주:1]이다. 일명 다중 인격 장애(MPD)라고도 불리며, 한 사람 안에 다수의 인격이 존재하는 성격 장애이다. 영화에서는 24명의 자아가 모두 등장하지는 않는다. 아래에 8명의 자아를 소개한다.


케빈: 본래의 인격이다. 케빈은 어렸을 적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후, 방어기제로 자아를 추가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데니스: 차분하고 냉정한 성격이다. 강박 장애가 있으며, 여자들의 옷을 벗긴 뒤 춤을 추게 하는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패트리샤: 여성 인격이며, 데니스와 함께 다른 인격들을 지배한다.

헤드윅: 9세 소년이며, 겁 많고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다. 록 음악을 좋아한다.

배리: 예술적 감각이 있으며, 패션 디자인을 즐겨 한다.

오웰: 역사에 해박하다.

제이드: 당뇨가 있으며, 다혈질 성격이다.

비스트: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며, 사실상 괴물이다.





실제 인물을 가상 인물로

케빈 웬델 크럼 캐릭터는 '빌리 밀리건'이라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빌리 밀리건의 실제 이름은 윌리엄 스탠리 밀리건이며, 총 24개의 인격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24개 중 '아달라나'라는 인격이 3명의 여대생을 성폭행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보호 감찰과 치료를 하면서 밝혀낸 사실로는, 사기꾼 기질의 '앨런', 예술가 '토미', 지적 능력이 뛰어난 '아서', 개그맨 '리', 사냥꾼 '월터' 등 다양한 성격이 공존했다는 사실이다. <23 아이덴티티>는 이 인물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추가하여 케빈 웬델 크럼을 창조해냈다. 

그리고 이 캐릭터에 제임스 맥어보이를 캐스팅한 점이 매우 적절했다. 각 캐릭터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고, 행동·표정 연기 모든 것이 완벽했다. 여기에 대머리 설정도 캐릭터 연기에 큰 도움을 주었다. 머리카락이 있다면 캐릭터 별로 다른 느낌을 줘야 해서 까다로웠을 텐데, 대머리 캐릭터, 즉 백지상태로 해서 모든 캐릭터가 의상·소품과 연기만으로도 커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래도 곱슬머리의 제임스 맥어보이가 그립긴 하다. 곱슬머리의 매력적인 얼굴을 <엑스맨: 아포칼립스> 이후로 못 본 것 같다. 





다중 인격 소재의 영화

그동안 해리성 정체 장애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꽤 많이 만들어졌다. <아이덴티티>, <프라이멀 피어>, <엑스텐션>, <파이트 클럽> 등의 영화가 그 예이다. <23 아이덴티티>는 이 영화들과 차별점이 있다. 보통 다중인격은 정신적 문제라서, 성격만 변화하는 장애이다. 하지만 <23 아이덴티티>의 케빈 웬델 크럼은 정신적 변화뿐만 아니라 신체적 변화까지 동반하는 인물이다. 스릴러 요소에 판타지적 요소까지 겸한 캐릭터인 셈이다. 마치 <엑스맨>시리즈의 뮤턴트(돌연변이)처럼 말이다.





스릴러에서 판타지로

초중반에는 미스터리하고 기괴한 분위기이며, 케빈의 다중 자아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시점이다. 납치된 3명의 소녀, 폐쇄적 공간, 탈출과 감금, 이 모든 요소는 스릴감 조성에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진짜 '비스트'가 등장하고, 정말 '짐승'이라는 점이 스릴감을 낮춰버리고 말았다. 비현실적이어서 판타지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스터리 요소를 꾸준히 유지한 점은 좋았다.





매력적인 여주인공

여주인공 '케이시'는 안야 테일러조이(아니아 테일러조이)라는 96년 생의 미국 출신 배우가 연기했다. 매력적인 얼굴에 곱고 차분한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감정적인 클레어, 마르샤와 달리, 케이시는 냉철하고 분석적인 성격이었다. 그리고 이 성격이 결국 생존하게끔 만들었다. 케이시는 어렸을 적 성적, 물리적 학대를 당했던 소녀였다. 아버지를 어렸을 적 여의고, 삼촌이라는 작자에게 한 평생 시달렸던 소녀였다. 그래서 사람을 못 믿어 혼자 지내는 일이 많았고, 이로 인해 내향적이고 홀로 생각에 잠기는 성격이 형성된 인물이었다.





엔딩 해석

결국 케이시의 학대 사실은 비스트가 케이시를 살려주는 증표가 돼버린다. 비스트는 어렸을 때 학대를 당하지 않은, 즉 아무 생각 없이 평범히 살았던 사람을 증오했고 죄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3명의 소녀가 '제물'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케이시의 몸에 있는 흉터를 보고 살려주게 된다. 그러면서 상처를 입은 사람이 진정한 진화된 인간이라면서 말하고 사라진다. 이러한 결말은 크게 보면 아동 학대에 대해 경각심을 준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스트의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기에 다소 황당한 감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은 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하면서 사라진다. 브루스 윌리스의 깜짝 출연은 세계관 확장을 의미한다. 정확히는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했던 영화 <언브레이커블>과의 세계관 공유이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래에 <언브레이커블> 내용을 요약했다. 내용 스포일러이므로 주의.


내용 보기





  1. 해리성 정체 장애 [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 해리성 장애의 한 종류로, 한 사람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각기 구별되는 자아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성장 시기에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과거력을 가지며, 평균 다중 인격 수는 5~10가지 정도로 알려져 있다. 각 성격 간에는 기억을 공유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성격은 천차만별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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