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윈드 리버 리뷰

2017.09.19 00:52





윈드 리버 (Wind River) 후기

서늘한 백색의 서스펜스





<윈드 리버>는 테일러 쉐리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이 작품 연출 이전에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로스트 인 더스트> 등의 각본을 맡아 이름을 알렸던 감독이다. 이번 작품도 앞서 각본을 맡은 영화처럼 황량하고 삭막한 분위기를 담은 서스펜스 영화다. 다만 배경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출연진으로 제레미 레너 (코리 램버트 역), 엘리자베스 올슨 (제인 밴너 역), 켈시 초우 (나탈리 역), 길 버밍햄 (마틴 역) 등의 배우가 등장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영화 <윈드 리버>의 배경은 미국 와이오밍 주에 위치한 윈드 리버 인디언 보호구역(Wind River Indian Reservation)이다. (실제 로케이션은 미국 유타 주의 파크 시티이다.) 그리고 감독이 인디언에게 직접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각색하여 만든 영화이다. 일종의 ‘카더라’ 영화인 셈인데, 어찌 됐든 테일러 쉐리던 감독은 이 이야기를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잘 살렸다.





<시카리오>가 흑색, <로스트 인 더스트>가 황색이라면, <윈드 리버>는 백색이다. 이 영화는 온통 하얗다. 하지만 이곳의 눈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눈처럼 아름답지 않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거친 눈보라처럼 서늘하고 적막하다. 게다가 <시카리오>의 ‘후아레즈’, <로스트 인 더스트>의 ‘뉴 멕시코’처럼 <윈드 리버>의 도시도 약육강식의 세계다. 이곳은 살아남는 자가 강한 곳이 아니다.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신임 FBI ‘제인’과 베테랑 헌터 ‘코리’가 있다. 영화에서 이 둘의 관계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묘사된다. 외지인과 마을 주민, 경찰과 참고인, 경찰과 조력자, 미끼와 헌터, 그리고 아버지와 딸까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결코 로맨스 관계는 없다. 덕분에 서스펜스의 묘미를 영화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까지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두 아버지가 참 기억에 남는다. 딸을 이미 잃었던 코리, 그리고 최근에 딸을 잃은 마틴. 특히 코리가 마틴에게 극복하는 법을 알려줄 때 나오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코리가 세미나에서 들었던 대사를 설명해주는 것으로, 내용은 대략 이렇다.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있습니다. 나쁜 뉴스는 당신은 결코 예전 같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뺏긴 것은 결코 대체할 수 없어요. 딸은 죽었습니다. 좋은 뉴스는, 당신이 이를 인정하고, 고통을 받아들이고, 슬픔을 마주한다면, 당신 마음속에서 딸을 맞이할 수 있고, 딸이 줬던 기쁜 기억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실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그러나 결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런 것이다. <윈드 리버>는 이런 경험을 덤덤하면서도 묵직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이곳은 약육강식의 세계다. 단순히 극복만 하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서늘하고 날 서린 복수까지 선사한다. 마지막에 코리가 선사하는 '저격 사살'과 '맨발의 용서'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완벽한 복수이자 추모였다. 인디언 특유의 혼이 느껴지는 방식이랄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메시지를 단순히 ‘권선징악’으로 표현한 것은 아니다. 그의 복수 방식은 그저 ‘사냥'이었다. 피비린내와 분노로 일그러진 것이 결코 아니었다. 즉, 그의 사냥은 정의와 카타르시스를 주기 위함이 아니라, 삶을 마주하는 또 다른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런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한 생존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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