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종의 전쟁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후기

시저 트릴로지의 장엄한 마무리





혹성탈출 트릴로지 시리즈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제목은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며, 감독은 전편을 연출했던 맷 리브스 감독이 그대로 메가폰을 잡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유인원이 다시 한 단계 더 진화하였으며, 영화의 완성도 또한 더욱 진화하였다. 영화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혹성탈출: 종의 전쟁> 순으로 모두 이어지기 때문에, 전편을 안 봤다면 모두 챙겨보고 <종의 전쟁>을 보는 것이 좋다. 배우로는 앤디 서키스 (시저 역), 우디 해럴슨 (대령 역), 스티브 잔 (배드 에이프 역), 아미아 밀러 (노바 역), 카린 코노발 (모리스 역) 등이 등장하여 멋진 연기를 보여준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이번 편의 시나리오도 장엄하고 웅장하며, 감동의 대서사시다. 압도적인 스케일,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너무나 아름답다. 인간과의 공존과 유인원의 생존을 바라는 시저, 감염체의 멸종과 인류의 종족 보전을 바라는 대령. 이들의 대립 구조가 안타깝고도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또한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노바, 이성적으로 조언을 하는 모리스 등, 모든 캐릭터가 저마다 개성과 존재 이유를 가지고 있고, 이들 간의 밸런스 또한 훌륭하다. 그래서 어느 캐릭터에게도 감정이입이 가능하여 영화에 더욱 빠져서 볼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시저의 고뇌와 리더십을 빛을 발했다. 외모만 유인원일 뿐, 내면은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현자에 가깝다. 하지만 그러한 시저도 분노와 복수심 앞에서는 평범한 유인원이었다. 아니 평범한 인간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시저는 가족이 인간에게 살해되면서 그동안 유지해왔던 평정심이 무너지고 만다. 증오에 휩싸인 채 자신의 목표와 유인원 동족 또한 저버리고 복수를 향해 나아간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코바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하지만 복수의 완성에 점을 찍으려는 순간, 시저는 다시 리더로 거듭난다. 그리고는 다시 유인원 동족이 아름다운 터전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그의 모습은 마치 성서의 '모세'와 닮았다.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분노, 메신저와 선지자로서의 리더십이 시저의 모습에서 그대로 비친다. 시저가 보여준 일련의 과정은 어쩌면 영화 <군함도>에서 보고 싶었던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시저를 연기한 '앤디 서키스'는 시저뿐만 아니라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 <킹콩>의 '킹콩' 등의 동물도 연기했었다. 이제는 동물 연기의 마스터가 되어, 동물 그 자체가 되어버린 배우인듯하다. 대체 가능한 배우가 존재할지 모르겠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계급으로만 전해지는 '대령'이라는 인물이다. 대령은 인간성을 버린 채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인간으로 묘사되는 악역이다. 그래서 그의 악행을 보면 볼수록 유인원이 승리하기를 편들게 된다. 하지만 그의 과거사를 들으면서, 그의 극단적인 행동이 이해버리고 말았다. 그의 행동은 단순한 '악'이 아닌, 인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 영화의 끝을 알아서 일까. 그의 행동이 한편으로 어느 정도 성공해서 인류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캐릭터 묘사가 너무나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노바'는 이번 시리즈에서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다. 사실 '노바'라는 이름은 혹성 탈출 오리지널 시리즈에서도 등장하는 이름이다. 옛날 작품에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여성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오리지널에서는 성인 여성으로 등장하여 성숙미를 보여주지만, 이번 혹성탈출에서는 소녀로 등장하여 순수한 사랑을 보여준다.

노바는 2004년생의 아역 배우 '아미아 밀러'가 연기했다. 영화 <라이트 아웃>에서 어린 레베카 역으로 아주 잠시 등장한 게 전부인지라, 사실상 이번 영화가 제대로 된 주연급 데뷔 영화인 셈이다. 이번 영화에서 아미아 밀러를 보며 느꼈던 감정은 영화 <아이 엠 샘>의 '다코타 패닝'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었다. 그때 느꼈던 순수한 사랑을 다시 한 번 더 느낄 수 있는 배우였다. 





또 '배드 에이프'라는 감초 같은 캐릭터도 있다. '나쁜 유인원'이라는 뜻이지만, 그의 행동은 나쁘지 않다. 착하고 순수한 열정이 그에게 녹아 있다. 가끔씩 터뜨려 주는 개그는 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영화 내내 장엄함과 웅장함 속에 빠져있다가도, 그가 선사하는 개그 덕분에 가끔씩 쉬어갈 수 있다.





이외에도 로켓, 레이크, 모리스, 루카, 코넬리우스 등 다양한 캐릭터에서 다양한 관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캐릭터를 모두 개성 있게 살렸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 또한 서로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하기 어려운 유인원을 저마다 특색 있게 그려낸 것 또한 훌륭하다. 이번 <혹성 탈출> 시리즈는 정말 '진화' 그 자체를 보여준 영화였다. 형보다 나은 아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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