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후기

잊힐 뻔한 역사, 기억해야만 하는 역사





<의형제>, <고지전>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장훈 감독이 <택시운전사>로 돌아왔다. <택시운전사> 1980년 5월 18일 전라남도 광주시(현 광주광역시)에서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하는 실화 영화다. 배우로 송강호 (김만섭 역), 토마스 크레취만 (위르겐 힌츠페터 역), 유해진 (황태술 역), 류준열 (구재식 역), 박혁권 (최기자 역), 최귀화 (사복조장 역), 엄태구 (박중사 역), 유은미 (은정 역) 등의 배우가 등장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일어났던 참극을 담은 영화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이 계엄군에 맞서 투쟁한 민주화 운동이다. 역사 교과서나 수많은 책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인터넷이나 신문, TV 방송 등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사건이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책은 커녕 어느 신문에서도, 어느 TV 방송에서도 볼 수 없었다. 5·18 민주화 운동은 정부에 의해 철저히 감춰졌으며, 심지어 폭도에 의한 폭동으로 왜곡되었다. 이런 사건의 내막을 알렸던 것은 다름 아닌 외국인 기자였다.





그의 이름은 '위르겐 힌츠페터'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일명 '푸른 눈의 목격자'라고도 불린다. 힌츠페터는 당시 독일 공영방송의 기자였다. 주로 홍콩, 일본 등의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했던 열렬한 카메라맨이었다. 월남 전쟁 현장에서 취재하다가 부상을 당하기도 했었으며, 이후 일본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하였다. 그가 일본에서 활동하던 중, 5월 18일에 벌어진 한국의 사건을 듣고[각주:1] 5월 19일 한국에 입국한다. 그리고 5월 20일 광주에 잠입하여 광주에서 벌어진 참상을 카메라 필름 낱낱이 기록하였다.[각주:2] 그리고 그가 기록한 영상 자료 덕분에[각주:3] 독일 방송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로 알려졌다. 그의 폭로가 없었다면, 5·18 민주화 운동은 영원히 은폐·축소·왜곡되었을 것이다. [각주:4]





하지만 영화 <택시운전사>는 그가 주인공이 아니다. 주인공은 그를 광주까지 데려가 준 '택시 드라이버'다. 영화에서 그의 이름은 김만섭(김사복)이다.[각주:5] 김만섭은 딸을 홀로 키우는 가장이며, 돈 버는 것에 급급한 소시민으로 그려진다. 그가 광주를 가는 목적은 단 하나, 돈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광주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을 경험하고 만다.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이, 국민을 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그의 시선과 심경 변화를 토대로 흐름을 이어 간다. 그리고 그의 곁을 힌츠페터가 기록하면서 묵묵하고 슬프게 담아낸다.





사건은 광기와 분노에 휩싸여있고 잔혹하고 처절하지만, 영화는 관찰자와 유머 요소를 통해 유쾌한 분위기로 이끌어간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기쁨, 슬픔, 분노, 공포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연출 덕분에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분위기 완급 조절이 잘 되었다. 사실 이런 연출은 상업 영화에서 흔히 바왔던 방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택시운전사>는 150억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이기 때문이다.





<택시운전사>의 손익분기점은 약 450만 명이다. 이러한 관객 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관객을 무난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이로 인해 5·18 민주화 운동을 진솔하고 적나라하게 담아내지는 못했다. 영화를 지금까지 많이 바왔던 방식으로 너무나 무난한 방식으로 연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택시 추격씬은 다소 무리수였다는 생각이 든다.[각주:6] 이 씬은 영화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연출이었다. 이런 장면보다 광주의 사건에 대해 보다 더 집중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이 영화는 힌츠페터 기자와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존재에 대해 알린 것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다. 이들 덕분에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이 올바르게 계승되어 왔으니 말이다.





마지막 결말에서 나온 힌츠페터의 인터뷰 영상이 눈에 아른거린다. 김사복이 이 영상을 보면 연락을 해달라고. 김사복에게 이 메시지가 전달되어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면 참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힌츠페터는 2016년 1월 25일 향년 7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리고 그가 바라던 대로 2016년 5월 16일 광주광역시 망월동 묘지에 안장되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 2005년 카메라기자협회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가 광주에서 찍은 영상은 2003년 5월 18일, KBS1의 TV프로그램 「일요스페셜」에서 <80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다. 지금도 구글링을 하면 볼 수 있으니 제목 그대로 검색하여 보길 권한다.




  1. 영화에서는 다른 특파원 기자가 알려주지만, 실제로는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었다고 한다. [본문으로]
  2. 영화에서는 힌츠페터 홀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보조 녹음 기자가 함께 했다. [본문으로]
  3. 힌츠페터는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였다. 이 영상은 80년 9월에 독일에서 첫 방송되었으며, 한국으로도 반입되어 몰래 상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문으로]
  4. 오늘날 한국에 남아있는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의 영상은 대부분 그가 촬영한 것이다. [본문으로]
  5. 김사복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실제 본명인지는 알 수 없다. [본문으로]
  6. 실제로는 2번의 검문 후에 광주를 통과했다고 한다. 힌츠페터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필름을 몸에 숨겼으며, 검문 당시 차에 총기류 보관 여부만 검사받고 무사히 통과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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