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 리뷰

2017.07.29 01:20







군함도 (The Battleship Island) 후기

군함도를 배경으로 빌린 액션 영화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는 약 220억의 제작비와 유명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여 만든 초호화 영화다. 영화 내용은 일제강점기 시절 '군함도'에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한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인 만큼 스케일이 굉장히 크며, 배우 캐스팅 또한 화려해서 비주얼이 훌륭한 영화다. 출연진으로 황정민 (이강옥 역), 소지섭 (최칠성 역), 송중기 (박무영 역), 이정현 (오말년 역), 김수안 (이소희 역), 이경영 (윤학철 역) 등의 배우가 등장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군함도>는 개봉 전후로 계속 이슈가 만들어지고 있다. 개봉 전에는 엑스트라 배우에 대한 처우 문제로 논란이 있었으며, 현재 개봉 후에는 스크린 독과점, 스토리 연출, 역사 고증 등의 문제로 이슈가 생겨났다. <군함도>에 이렇게 이슈가 많은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많은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많은 소재 중에서도 '일제 강점기', '반일' 등에 관한 소재라면 정말 시끌벅적해진다. 그리고 그 소재를 다룬 영화는 대체로 흥행하거나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밀정>, <동주>, <박열>, <귀향>, <암살>, <아나키스트> 등의 영화가 그 예이다. 일제강점기는 아니지만 반일 소재를 다룬 <명량>도 비슷한 경우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군함도>도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아온 것이다.





영화 <군함도>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서, 실제 군함도는 어땠는지 살펴보자. 군함도[각주:1]는 그 모습이 군함(軍艦)을 닮아서 군함도(軍艦島; ぐんかんじま, 군칸지마)라는 별칭이 붙여졌으며, 일본어 공식 명칭은 '하시마(はしま) 섬'이다. 군함도는 19세기 무렵 미쓰비시 그룹이 석탄을 채굴하기 위해 개발한 섬이다. 문제는 이 섬이 평범한 섬이 아니라는 것이다. 1940년대 군함도는 조선인과 중국인이 일본에 의해 강제로 징용당해 착취당하던 곳이었다. 이들은 최악의 환경에서 최악의 대우를 받으며,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강제 채굴 노동을 해야 했다. 「HASHIMA: THE GHOST ISLAND by Brian Burke-Gaffney」에 따르면 약 1,300명이 기아, 영양실조, 사고 등으로 인해 죽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사망 기록을 통해 본 하시마[端島] 탄광 강제 동원 노동자 사망자 피해 실태 기초 조사」에 따르면 1943~45년 사이에 약 500~800명의 조선인이 강제 징용 당하였고, 100여 명이 사망했다고 전해진다. 밝혀진 수치만 이 정도이니 실제로는 더 많은 피해자가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학대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고 끔찍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섬이 201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다. 등재 전부터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중국, 북한도 반발을 격하게 했었지만, 결국 지정이 되고 말았다. 유네스코는 많은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 노동했던 사실을 알리라고 권고했지만, 일본은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현재 희생자를 위한 추모 센터를 세웠으면 된 것 아니냐며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희생자가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과 중국인'이라는 사실은 쏙 빼놓고 있다.





영화 <군함도>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강제 징용, 학대와 노동, 숨 막히는 숙소 환경, 부족한 식사 등 일제의 악행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상의 인물을 여러 명 배치해놨다. 악단을 운영하는 이강옥, 그의 딸 이소희, 깡패(오야붕)를 자청하는 최칠성, 일제에 의해 성노예가 된 오말년, 한국광복군 박무영, 배신자 윤학철 등이 그 예이다. 이 인물들은 모두 류승완 감독이 창작한 가상의 인물들이다. 

그리고 송중기가 연기한 박무영 캐릭터는 한국광복군[각주:2] '독수리작전'을 모티브로 한다. 2차세계대전 중 미국 OSS[각주:3]는 조선인을 대일전에서 활용하기 위해 한국광복군과 합작하여 정보 요원을 양성했다. 그리고 OSS와 한국광복군이 공작반을 편성하여 일본 본토에 침투하는 것을 목표로 한것이 바로 '독수리 작전(Eagle Project)'이다. 하지만 이 작전은 일본이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맞은 후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면서 무산되고 만다. 박무영은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탄생한 인물로 보인다.





<군함도>는 다양한 캐릭터와 화려한 배우, 거대한 군함도 세트장과 스펙터클한 CG, 이 모든 것이 어우러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조화가 굉장히 부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캐릭터마다 개성은 있지만, 이상하게도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캐릭터 간의 연결점이 어느 곳 하나 제대로 이어진 게 없어서, 서로 다른 시간대의 이야기를 억지로 합쳐놓은 듯하다. 장면 편집이 한마디로 '우왕좌왕'이다. 분명히 모든 캐릭터가 군함도에 있고, 모든 사건이 군함도 내에서 벌어짐에도, 이야기는 중구난방이다. 그래서 영화 흐름에 대한 집중도가 굉장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군함도>는 차라리 어느 인물 하나가 이야기를 이끌든가, 평범한 노동자들의 애환과 고통을 그대로 담아냈어야 했다. 이렇게 요란한 배우 캐스팅도 필요 없었고, 군함도의 배경과 이상하리만큼 안 어울리는 캐릭터도 필요 없었다.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가 애국주의 영화(속칭 국뽕)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국가나 단체보다는 개인에 대해 고찰한 영화라고 했다. 그래서 일본인 중에 피해자도 있고, 조선인 중에 악인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군함도>에는 착한 조선인, 나쁜 조선인, 나쁜 일본인, 피해자 일본인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류승완 감독은 이러한 인물들을 적절히 조화시켜서 자신의 영화가 '과한 민족주의적 영화'라는 비판의 화살을 받지 않으려고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화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이 캐릭터들 때문에 군함도에서 희생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관심이 미약해졌기 때문이다. 오로지 메인 캐릭터들에게 과하게 집중되어 각각 이야기가 펼쳐지며, 그마저도 앞서 말했듯이 중구난방으로 펼쳐졌으니 말이다. 심지어 결말은 메인 캐릭터의 전형적인 희생과 함께 신파로 막을 내린다. 이러한 신파는 '조선인들의 희생'보다는 '주인공의 희생'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고, 이로 인해 슬픔과 분노마저 희석돼버렸다.





<군함도>는 역사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라, 군함도를 배경으로 하는 감옥 탈출 액션 영화다. 다시 말해서 그냥 블록버스터 상업 영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에 대한 고증을 논하며 애국심을 자극할 필요가 없는 영화였다. 문제는 <군함도>의 마케팅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그로 인해 <군함도>는 역사적 아픔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한듯한 영화가 돼버렸다. 

감독이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군함도>는 액션 블록버스터로서도 부족했다. 물론 액션 장면 하나하나는 화려하고, 군함도 세트장의 미술적 완성도 또한 훌륭하다. 그러나 그 멋진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며, 무의미하거나 클리셰로 채워진 장면도 즐비했다. 게다가 배우의 연기 스타일에서 예측이 되는 뻔한 캐릭터로 인해, 영화의 스토리는 너무나 단순했다. 그저 '군함도에 대한 관심'을 이끈 영화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듯하다.




  1.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에서 약 18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이다. 1974년 폐광된 이후, 현재는 무인도로 남아있다. [본문으로]
  2. 한국광복군은 1940년 중국 총칭에서 조직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직할 국군이다. [본문으로]
  3. OSS란 Office of Strategic Server의 약자이며, 현 CIA의 전신이다. 즉 2차세계대전 당시의 미국 정보기관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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