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 리뷰

2016.10.01 20:14







아수라 (阿修羅, Asura : The City of Madness) 후기

제목이 곧 내용





김지운 감독의 신작 <아수라>가 개봉했다.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등 화려한 캐스팅 덕분에 개봉 전부터 이슈였던 영화다. <아수라>는 영화 <내부자들>같은 범죄 느와르 장르의 영화다. 네 명의 남자 배우가 음지에서 피 터지는 신경전을 벌이는 내용을 다뤘다. 청소년 관람불가의 영화인 만큼 꽤 잔인한 장면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아수라>는 제목이 곧 내용(제곧내)인 영화이다. 영화 내용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니, 제목 하나만큼은 함축적으로 잘 지은 셈이다. 이 아수라장은 형사 정우성(한도경 역), 시장 황정민 (박성배 역), 검사 곽도원 (김차인 역), 부하 형사 주지훈 (문선모 역)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벌어진다. 한도경은 형사이자 박성배 시장의 뒤처리 전문 부하이다. 형사의 권한과 박성배의 인맥과 돈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아내의 병원비를 보태며 지내는 인물이다. 문선모는 한도경의 후배 형사이자 친한 동생이다. 박성배는 안남시의 시장이며, 돈과 권력을 통해서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를 저질러 돈을 쓸어 담는 악질 정치인이다. 김차인 검사는 그런 박성배를 잡아넣기 위해 혈안이 된 인물이며, 이 과정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한도경을 이용한다.





네 명의 캐릭터는 이 설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달린다. 끝은 영화를 보다 보면 느껴진다. '이 영화의 결말은 분명 아수라장이 되겠구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서로 물고 뜯다가 모두가 핏덩어리가 되며 막을 내린다. 문제는 이 결말로 가는 과정이다. 영화 진행 과정은 한도경이 검사와 시장 양쪽에게 시달리리는 내용으로 그려지는데, 이것을 보는 관객들도 이들에게 시달리는 것처럼 피곤하고 지친다. 영화 러닝타임 내내 쌍욕과 피가 쏟아진다. 이 쌍욕과 피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인물이 한도경이다. 싸우다가 피 터지거나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거나 둘 중 하나다. 





아수라의 결말은 한도경이 아수라의 상자를 열면서 시작된다. 직접 박성배 시장을 찾아가 자신이 김차인 검사의 스파이로 활동했음을 실토한다. 그러면서 유리컵을 씹어먹는 장면은 압권이다. 한도경의 결심을 표현한 장면이자, 그의 광기를 제대로 표현한 장면이었다. 마지막 유혈전 또한 압권이다. 도끼로 난도질하는 장면은 잔인하다 못해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아수라장 그 자체이며, 현실 속의 지옥이다. 겉도는 캐릭터들은 도끼로 난도질 당해 죽고, 메인 캐릭터들은 권총으로 모두 죽는다. 이때 나오는 엔딩곡이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의 <Satan, Your Kingdom Must Come Down>이다. 박성배(satan; 악마)의 왕국(Kingdom)이 무너짐(come down)을 음악적으로도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 속에 모두가 죽고 나니 피곤함에서 허무함으로 변한다. 정의도 목적도 없다 보니 그냥 지옥을 맛본 느낌이다. 영화 자체가 그저 "아수라가 이런 것이고, 악인은 이런 놈들이다"라는 것을 표현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악인들이 모두 죽음으로써 정의 구현은 이루어진다고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 엔딩곡에 좀 더 의미를 둔다면, 곡 제목에 '틀림없이 ~ 일 것이다'를 뜻하는 'must'라는 단어가 포함됐으니 악한 왕국의 몰락은 필연적임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이 찝찝한 결말 속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자동차 추격씬이었다. 한도경의 분노와 광기보다 인상적이었던 스피디한 자동차 추격 시퀀스에 액션감이 살아있었다. 이런 액션 요소를 더 넣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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