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오브 더 씨 (In the Heart of the Sea) 후기

탐욕, 양심, 생존과의 싸움





론 하워드 감독의 신작 영화, <하트 오브 더 씨>다. <분노의 역류>, <아폴로 13>, <뷰티풀 마인드>, <천사와 악마> 등을 연출했던 감독으로, 이번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어드벤초 드라마 영화를 들고 왔다. 19세기 포경 산업이 활발했던 시기에 활동했던 '에식스 호'의 모험기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이 에식스호의 이야기는 허먼 멜빌의 스테디셀러 '모비딕'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유명하다. <하트 오브 더 씨>는 모비딕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에식스 호의 비극을 그려냈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크리스 헴스워스 (오웬 체이스 역), 킬리언 머피 (매튜 조이 역), 벤 위쇼 (허먼 멜빌 역), 브렌단 글리슨 (토마스 니커슨 역), 벤자민 워커 (조지 폴라드 역), 샬롯 라일리 (페기 역) 등이 등장하여 열연을 보여준다.

또 장엄한 망망대해를 스릴 있고 생동감 넘치게 구현해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느낌이 꽤나 압도적이다. 19세기 미국의 풍경도 사실감 있게 반영했고, 배의 디테일과 배우들의 의상과 분장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이 영화는 1820년, 에식스호의 침몰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에는 이 영화의 첫 배경인 '낸터킷 섬'이 포경산업의 중심지였다. 에식스호도 이 섬에서 출발해 다른 포경선들처럼 항해를 떠났다. 미국에서만 600여 척의 포경선이 있었던 만큼, 고래잡이는 흔한 일이었고 제일 잘 나가는 일이기도 했다. 당시에 포경산업은 미국 경제의 5번째 산업으로, 미국의 GDP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고래잡이의 목적은 고래에서 나오는 기름이었고, 가장 값어치 있던 고래는 향유 고래였다. 향유 고래는 그 이름처럼 향기 나는 기름이 나오는 고래라서 고래잡이들에게 인기가 상당히 좋았었다. 기름뿐만 아니라 '용현향' 고급 향수의 원료도 나왔기에 그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에식스호도 향유고래를 잡기 위해 바다를 떠났었는데, 일반적인 고래 포획지역에서 발견되지 않자 남태평양의 가장 먼 곳까지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이 선택이 탐욕의 시작이자 악몽의 시작이었다.





에식스호는 엄청난 크기의 향유고래에게 공격을 받았고, 그 충격이 너무나 강력하여 순식간에 침몰하게 된다. 당시 그 고래의 크기는 30미터에 달했고, 그때의 충격은 에식스호 만한 두 척의 충돌에 필적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충격에서 살아남은 21명의 선원들은 3개의 작은 보트에 나눠 타서 망망대해를 떠돌게 된다. 당연하게도, 식량은 너무나 제한적이었다. 먹을 것이라곤 건빵과 식수가 전부였고, 육지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애초에 육지에서 너무나도 멀리 떠나온 것도 큰 실수였던 것이다. 이들은 그 작은 배에서 생존하기 위해 거친 파도와 폭풍우를 이겨내야 했고, 낮에는 뜨거운 태양빛을, 밤에는 추위를 이겨내야 했다. 게다가, 식량 부족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서로를 죽이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잔혹한 선택이었지만, 누군가가 죽음으로써 입을 줄일 수 있었고, 인육이라는 식량이 생기기 때문에 그들에겐 불가피한 선택이 돼버린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언제 구출될지 모르는 절망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양심과 도리에 싸우면서 표류하게 된다. 그렇게 94일이 지났고, 그 많은 선원 중 단 8명만 생존하여 구출된다. 영화는 이 비극적인 여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시각적인 요소가 가장 리얼했다. 바다의 스케일도 굉장하고, 파도나 폭풍우의 디테일이 꽤나 훌륭했다. 그리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물론, 분장이나 체격까지 조절한 게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좀 더 사실적인 촬영을 위해 배우들이 건빵만 섭취해서 체중을 줄였다고도 한다.





영화는 늙은 토마스 니커슨이 소설 소재를 위해 찾아온 허먼 멜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오웬 체이스 일등항해사와 조지 폴라드 선장, 그리고 체이스의 친구 매튜 조이와 어린 토마스 니커슨이 등장한다. 이 이야기를 구성하며 아쉬웠던 점은, 캐릭터가 좀 더 다양하지 못하고 각 캐릭터들의 내면 묘사가 부족한 점이었다. 선장과 일등항해사의 대립관계나, 선원들과의 관계도 자세히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또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 발악하고 서로를 죽여가는 모습이 좀 순화되었다고 할까. 이들의 행동은 분명히 잔인했고, 사실상 생존 본능만 남은 좀비에 가까웠다. 하지만 영화의 묘사는 어떻게든 정당화시키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향유고래를 향해 항해하는 이들의 모습이 좀 더 탐욕적으로 그려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감동보다 비장미를 더했으면 어땠을까. 강렬하게 시작해서 점점 처지는 느낌이 드는 게 아쉬운 영화였다.